다음 주가 벌써 추석입니다. 저는 이번 주에 산소에 다녀왔습니다. 벌초를 마치고 친지들과 점심을 먹으며 오랜만에 얼굴을 마주했습니다. 매년 반복하는 일인데도, 올해도 어김없이 날씨는 매우 덥고 예초기 작업은 쉽지 않았습니다.
30도 넘는 더위 속 벌초, 매년 해도 왜 이렇게 힘들까

벌초를 시작한 지 꽤 됐습니다. 그런데도 매년 “이 정도로 힘들었나” 싶습니다. 특히 올해는 기온이 30도를 훌쩍 넘는 날이라 몇 분만 움직여도 땀이 비 오듯 했습니다. 가만히 서 있어도 숨이 막히는 더위에 예초기까지 들고 움직이니 체감 강도는 몇 배로 느껴졌습니다.
더위보다 더 골치 아팠던 건 잡초와 칡넝쿨이었습니다. 관리가 좀 뜸했던 해에는 봉분 주변까지 넝쿨이 타고 올라오는데, 예초기로도 한 번에 정리가 안 될 정도로 억셉니다. 뿌리째 걷어내려면 낫으로 따로 작업해야 해서 시간이 배로 걸립니다. 칡넝쿨은 한 번 자리를 잡으면 뿌리가 깊고 넓게 퍼져서, 매년 같은 자리에서 또 자라나는 걸 보면 허탈해지기도 합니다.
매년 하는 일이라고 만만하게 봤다가는 몸이 먼저 압니다. 벌초를 마치고 나면 팔다리가 후들거리고, 다음 날 근육통으로 고생하는 일도 흔합니다. 나이가 들수록 체력 안배가 중요하다는 걸 벌초할 때마다 새삼 느낍니다. 무리해서 한 번에 끝내려 하지 말고, 중간중간 그늘에서 쉬어가며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게 결국 더 안전하고 효율적입니다.
벌초 갈 때 이것만은 챙기세요
몇 가지 나름의 요령을 소개합니다.
- 긴팔·긴바지 착용: 더워도 반팔·반바지는 피하는 게 좋습니다. 풀에 스치기만 해도 상처가 나고, 벌레 물림 위험도 커집니다. 통풍이 잘 되는 얇은 긴팔 소재를 고르면 더위도 어느 정도 견딜 만합니다.
- 선크림: 산 속이라도 자외선은 그대로 내리쬡니다. 노출 부위에는 미리 발라두는 게 좋고, 땀에 잘 지워지니 중간에 한 번 더 발라주는 게 좋습니다.
- 옷 색상 주의: 벌은 어둡고 진한 색, 향이 강한 것에 더 예민하게 반응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. 밝은 색 계열 옷을 입는 것만으로도 벌에 쏘일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. 향수나 향이 진한 화장품, 헤어스프레이도 되도록 피하는 게 좋습니다.
- 모자와 장갑: 머리와 손도 예초기 파편이나 벌레로부터 지켜야 할 부위입니다. 챙이 넓은 모자와 목장갑 정도는 기본으로 챙기시길 권합니다.
벌초 중 벌에 쏘였다면 이렇게 대처하세요

벌초는 벌 쏘임 사고가 해마다 뉴스에 나올 정도로 안전사고 위험이 큰 작업입니다. 예초기 소음과 진동에 벌집을 건드리기 쉬운데, 작업 전 봉분 주변과 나무 그늘 쪽을 미리 눈으로 살피는 습관이 중요합니다. 특히 땅벌은 땅속에 집을 짓기 때문에 눈에 잘 띄지 않아 더 조심해야 합니다.
만약 벌에 쏘였다면 당황하지 말고 다음 순서로 대처하는 게 좋습니다.
- 우선 그 자리에서 벗어나 벌집과 최대한 멀리 이동합니다. 한 마리가 공격하면 주변 벌들이 함께 반응할 수 있습니다.
- 침이 남아 있다면 손톱이나 카드 같은 것으로 옆으로 밀어내듯 제거합니다. 손으로 집어 뽑으면 독주머니를 눌러 독이 더 들어갈 수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.
- 쏘인 부위를 깨끗한 물로 씻고 얼음찜질로 붓기와 통증을 가라앉힙니다.
- 호흡곤란, 어지럼증, 전신 두드러기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119에 신고하고 병원으로 이동해야 합니다. 벌독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 쇼크로 이어질 수 있어 지체하면 위험합니다.
추석 전 벌초 후 점심, 15명 친지들이 모여 나눈 이야기
벌초를 마치고는 친지 15명이 함께 점심을 먹었습니다. 평소엔 각자 사는 게 바빠 연락도 뜸한데, 이런 자리라도 있어야 얼굴을 봅니다.
밥상에 둘러앉으면 자연스럽게 나오는 이야기는 결국 요즘 근황과 건강입니다. 누구는 무릎이 안 좋아졌다, 누구는 검진에서 뭐가 나왔다는 이야기가 오갑니다. 나이가 들수록 대화의 중심이 재산이나 성공보다 “건강”으로 옮겨간다는 걸 이런 자리에서 실감합니다. 자식 이야기, 손주 이야기도 빠지지 않지만, 결국 마지막엔 “그래도 다들 건강한 게 제일이다”로 마무리되곤 합니다.
벌초와 명절이 우리에게 남기는 것
돌아오는 길에 든 생각은 이겁니다. 벌초는 힘든 노동이지만, 그 힘든 일을 핑계 삼아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입니다. 평소엔 전화 한 통 하기도 쉽지 않은 친지들이 산소 앞에 모여 땀을 흘리고, 그 뒤엔 밥을 나눕니다.
퇴직 후 삶을 돌아보면, 결국 남는 건 이런 시간들입니다. 몸은 힘들어도, 가족과 함께한 하루는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. 안전하게 벌초를 마치고, 다치는 사람 없이 다 같이 건강하게 모일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명절 준비가 아닐까 싶습니다. 내년 벌초 때도 오늘처럼 다 같이 무사히 모일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.
참고자료 및 공식 출처
- 질병관리청 국가손상정보포털 — 여름부터 가을까지 증가하는 벌쏘임·뱀물림 예방을 위한 안전수칙
벌쏘임 예방수칙, 증상 및 응급처치 방법에 관한 공식 안전정보 -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— 동물 및 곤충에 의한 응급상황
벌에 쏘였을 때 침 제거, 세척, 냉찜질 및 알레르기 반응 발생 시 대처방법에 관한 건강정보
